이범석 시장 공약사업, 3개년 사업으로 추진
갤러리 5곳, 소공연장 7곳 6월말까지 개소해
청주시가 2023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에 나선다. 소규모 갤러리나 소공연장을 특정 지역인 중앙동 소나무길 일원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지원사업은 청주시로선 처음이다. 올해 중앙동에 갤러리 5개소, 소공연장 7개소를 개소하는 데 8억 1000만원을 들인다. 이 사업은 내년과 내후년에도 이어진다. 다만 첫해 시설개선비와 콘텐츠 제작비를 모두 지원했다면 다음연도부터는 절반으로 삭감된다. 콘텐츠 제작 비용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소공연장은 9000만원→4500만원, 갤러리는 3600만원→1800만원을 지원받는다.
중앙동에 들어서는 문화예술공간 지도.
청주시 관계자는 “원도심과 관련한 공약사업이 5개다. 이 사업도 그 중 하나다. 공간지원 사업 외에도 얼마 전 중앙동에서 ‘중앙동화’축제를 벌였다. 10월 중하순엔 향교길에서 축제를 준비중이고, 겨울엔 남주동 공구거리에서 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약엔 성안동 버스킹, 시민공모사업 등도 포함돼 있다. 원도심을 살리는 문화사업은 총 5개로 예산 13억 6000만원을 세웠다.
그동안 문길곤 청주예총 회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소규모 문화공간 지원사업을 요청했지만 시는 “형평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장 공약사업으로 이 사업이 첫발을 내딛었다. 벌써 몇 곳이 문을 열었고, 적어도 6월 안엔 모든 공간이 개소할 예정이다. 앞으로 3년의 과정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일단 사업 응모자들은 3년치 임대계약서를 제출했다. 또 올해는 지원받은 공간들이 적어도 100일 이상 전시 및 공연을 해야 한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180일 이상 진행해야 한다.
■대중이 사랑했던 그 ‘무엇’을 보여주리라
다락방의 불빛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시장 갤러리’ 개소
중앙시장 내 옛 여인숙 건물 개조, 전시장으로 탈바꿈
원도심의 흔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은 ‘시장’이다. 중앙시장 안에는 청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던 아파트뿐만 아니라 볼링장도 나이트도 여전히 불을 밝힌다. 다락방의 불빛 사회적협동조합은 중앙시장 내 여인숙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최근 ‘그림 시장’갤러리를 열었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전 대표이자 시의원인 그는 “대중이 사랑한 그 ‘무엇’을 전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대중이 한 때 사랑했던 그 어떤 것도 전시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첫 전시는 <라이선스 LP연대기-윤준호 작가 컬렉션>이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열린다. 여인숙이었던 곳이라 25평일지라도 방들이 꽤 많다. 전시공간으로선 그만의 맛이 있다.
청주 중앙시장에 자리잡은 그림시장 갤러리.
이상조 대표는 대중이 사랑한 모든 것을 전시하겠다고 밝힌다.
그림시장 갤러리는 옛 여인숙을 리모델링했다.
이상조 의원은 “사회적 협동조합 이름으로 공간을 지원받게 됐다. 전시공간 운영은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있을 것 같다. 기획전과 초대전 그리고 대관사업을 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윤준호 작가가 소장하고 있었던 70~80년대 소위 해적판으로 불린 ‘빽판’을 통해 대중음악사를 설명한다. 그 시절 원판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이후 라이선스 음반이 나왔지만 주머니 사정이 빤한 이들에겐 가격이 1/10 저렴한 빽판이 제격이었다. 해외 대중음악 보급의 주역은 어찌보면 지금은 불법이 된 ‘빽판’일지 모른다. 빽판들은 저렴한 가격만큼 조악한 음질로 악명이 높았다.
또 대한민국만의 검열문화로 인해 과거 명반들도 한국에선 커버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편집돼 나왔다. 한 때 음악 좀 들었던 이들이라면 이번 전시회를 가보면 과거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1964년 비틀즈 빽판이 대중들에게 최초 공개됐다. 이후 1974년 정식 라이센스 음반이 나온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최초 정식 라이센스 음반은 1971년에 플래터스 음반(The Platters)이었고, 같은 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음반이 출시됐다. 이 때 신문에 관련 글이 실리기도 한다. 이상조 의원은 “중학교 때부터 LP와 CD를 모았다. 첫 전시는 음반에 관한 것이지만 다음 전시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많은 분들이 노크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동이 대학로처럼 되면 좋겠어요”
극단 청사 중앙동에서 소공연장 ‘정심아트홀’개관
연극 ‘만리향’ 공연 중…85석 관객과 거리 좁혀
“공연하는 사람들의 오랜 꿈은 자기 극장을 갖는 것이다. 극단 청사는 몇 번의 이사를 거쳐 이곳으로 왔다. 세 번째 공연장이다.”
중앙동 청주기계공고 동문회관 건물(상당구 교서로 16-5) 4층에 ‘정심아트홀’이 문을 열었다. 극단 청사는 1986년 청주사범대 연극동아리가 주축이 돼 창단했다. 당시 유선요, 안종원, 이덕희 씨가 멤버였고, 91년에 문길곤 대표가 상임연출로 오게 된다. 그는 그 후 지금까지 극단청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정심아트홀은 극단 청사 문길곤 대표가 오랫동안 꿈꿔 온 공연장이다.
정심아트홀의 좌석수는 85석으로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이 가능하다.
극단 청사의 대표작들이 로비에 전시돼 있다.
극단 청사는 정단원이 21명이고, 준단원이 30명이다. 극단 청사는 1990년에 청사아트홀을 만들고 3년간 운영하다 문을 닫고 2004년에 다시 청주대 인근 지하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연극공간 문’으로 소극장 이름을 정했다. 이마저도 8년 정도 운영하다 접었다.
문길곤 대표(청주예총 회장)는 “다른 지역을 가보면 대학로처럼은 아니더라도 공연 거리가 일부 형성돼 있다. 청주는 극단들이 사정이 어려워 자기 극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보니 장기 공연 자체가 어려운 구조였다. 적어도 한 작품이 한 달 이상 공연해야 연기도 늘고, 입소문도 나기 마련이다. 이번 기회에 중앙동이 대학로처럼 공연의 거리가 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정심아트홀은 앞으로 극단 청사의 자체 기획공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부 단체의 대관공연도 열 예정이다. ‘정심(正心)’은 바른 마음이란 뜻이다. 공연장은 고정석이 85석이다. 그동안 극단 청사가 걸어왔던 길은 벽에 걸린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역에서 꾸준히 연극을 올렸던 이들의 꿈과 희망이 전시돼있다.
정심아트홀에선 개관공연으로 연극 ‘만리향’을 6월 9일까지 연다. 공연시간이 평일은 오후 7시 30분이고, 공휴일은 오후 5시다. 이은희 씨가 연출을 맡고, 신영신, 이종진, 이성은, 정수현, 정아름, 이병철 씨가 출연한다. 작품 만리향은 중국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4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벽을 쌓고 살았던 가족의 화해를 다룬다. 여섯명의 지역을 기반으로 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관객들과 하나가 돼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을 웃고 울린다.
문 대표는 “중앙동에 터 잡은 문화예술공간이 3년 후에도 지속성을 갖고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지역민들의 문화감수성이 높아지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사진가들이 모여 만든 공간 ‘예술곳간’
청주 지역 유일한 사진 전문 갤러리 표방해
한희준 대표 “그동안 못 본 사진작품 소개”
사진 동호인 9명이 뭉쳐 중앙동에 갤러리 ‘예술곳간’(상당로 143번길 28, 2층)을 개관했다. “워낙 이러한 콘셉트의 사진 전문 갤러리를 열려고 준비 중이었다. 마침 청주시에서 문화예술공간 지원 사업을 한다는 걸 알고 신청했다. 운이 좋았다.”
한희준 예술곳간 대표는 새로운 기획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한다.
예술곳간은 사진작가들이 마음을 모아 공간을 만들었다.
예술곳간에선 청주지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술곳간의 대표는 한희준 사진작가가 맡았다. 갤러리 관장은 문상욱, 사무국장은 심연희 작가가 맡았다. 9인이 동호회처럼 공간을 운영하다보니 심적으로 든든하면서도 서로 의지가 된다고. 일단 부족한 운영비는 십시일반 걷기로 했다.
“원래 이 공간이 오랫동안 비어있었다. 당구장이라고 들었다. 전시 공간은 50평 정도다.” 한희준 대표는 첫 전시로 지역의 사진을 조명하는 ‘청주 사진을 말하다’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주 사진을 말하다’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뉘는 데 1부는 5월 31일까지 하고, 2부는 6월 3일부터 14일까지다. 1부엔 김운기, 오고의, 조유성, 신경윤, 김상훈, 황희순, 정광의, 장광동, 이정호, 김경호, 장영길, 강대식, 우기곤, 심재분, 홍대기 작가가 참여한다. 2부는 김명준, 김선회, 박규동, 박노대, 심명희, 심연희, 오철록, 윤광빈, 이은정, 이찬우, 이혜정, 임원철, 지배흠, 지용철, 지은숙 작가의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한 대표는 “그동안 청주에 사진 전문 갤러리가 없다보니 시민들이 사진작가들의 전시를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청주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들만 가봐도 사진전문 갤러리가 보통 3~4곳 있는데 청주는 유독 전시공간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예술곳간은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 속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숨겨두고 있다고 한다. 예술창고같은 공간인지라 어떠한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한 대표는 “9월에는 청주의 ‘미술’을 주제로 작가 초청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11월에는 청년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 중이다. 해외교류전도 구상 중이고, 전국의 사진 관련 학회도 이곳에서 열 수 있다. 오랫동안 구상했던 만큼 작가들이 예술곳간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비은염’ 사진작업을 하는 국내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이곳에서 작품이 관객들과 소통하고, 또 판매까지 이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출처 : 충청리뷰(http://www.ccre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