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색 없는 축제' 시민들 발길 돌렸다
매년 변화 없고 전시작품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워
"정작 청주예술제를 즐겨야 할 시민들이 없다."
지난 15~21일 열린 청주예술제를 두고 지역예술인들이 내놓은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청주예술제는 '청주시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한마당'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시민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주예술제는 청주시민의 날(4월15일)을 기념하고 청주예술인들의 사기진작과 시민들의 예술향유를 위해 2004년부터 매년 4∼5월 청주예총 소속 10개 단체가 함께 열고 있다.
▶프로그램 줄고 실내행사에 그쳐=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기간과 행사규모가 줄고, 청주예술의전당의 한정된 장소에서 매년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올해는 역대 가장 적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체 프로그램 30개 중 대부분이 매년 반복됐던 프로그램이었고 실내행사에 머물렀다. 청주예술제는 1회(2004년)때는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성안길, 청남대 등에서 열렸고 2회때는 1, 2영역을 나눠 중앙공원 및 성안길, 청주예술의전당으로 분산 개최됐지만 3회때부터 예술의전당으로 이동해 열리고 있다. 3~5회에는 10일간 진행됐다.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어려워 아쉬움을 남겼다. 중앙공원에서 시민참여로 열렸던 청주시민노래자랑(2005~2006년), 경로위안공연(2006년) 등도 없어졌고 주말에 우수 연극작품 다섯작품을 공연(2007년)했던 것도 평일 한 작품 공연에 그쳤다. 강호생 작가의 수묵퍼포먼스(2005~2007년)나 공공미술을 주제로 한 야외설치 및 바닥화 그리기(2007년) 등은 작가의 작업과정을 볼 수 있어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부대행사인 '청풍명월 청주청소년 효 한마음축제'(15~16일)가 오히려 시민참여와 관심이 더 높았다는 주객전도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예술제를 봐왔다는 한 시민은 "매년 변화가 없다. 청주예술제만의 색깔이 있어야 하는데 기억에 남는 행사가 없다"며 일침을 놓았다. 한 지역예술가도 "전시작품들이 너무 어렵다. 예술가 혼자만 알고 즐기는 예술이 아닌 대중속으로 들어가는 예술제가 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올해도 개막식 객석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이 동원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15일 저녁에 열린 개막식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80%를 차지했고 입구에서는 출석체크 모습도 목격됐다. S중학교 한 학생은 "음악가산점 2점을 준다고 해서 왔는데 무슨 행사를 하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예산 34% 삭감 행사 축소 불가피= 청주예총은 예산삭감으로 행사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청주예술제 예산은 1회 3천만원, 2회 1억3천만원, 3회 1억6천만원, 4~7회 4년간 1억7천만원을 받았고 올해 1억1천만원으로 34%가 깎였다. 부대행사인 청소년 한마음축제 예산은 별도로 1천만원대를 지원받고 있다.
청주예총 김동연 회장은 "올해 예산이 1/3이나 깎이면서 행사가 많이 줄었다. 2천만원 규모의 전국무용경연대회를 못했고 국악경연대회, 불꽃놀이도 올해 못했다. 시민들이 볼 때는 올해는 왜 이렇게 부족하냐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술의전당 이외에 분산 개최 계획을 세웠으나 특설무대 설치비용에 인력동원, 플래카드 제작비 등 비용이 들어가서 올해 하지 못했다. 유·초·중·고교 사생대회도 올해 개방된 도청과 도지사 관사와 연계해 도청~상당공원, 도지사 관사~향교, 중앙공원에서 나눠 열려고 했으나 예산축소로 못한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청주예총 한 단체 간부도 "큰 잔치는 맛이 평범하다. 여러 명이 모일 때는 평균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시민과 함께 하는 행사로= 지역예술계는 8회를 맞은 청주예술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행사장소를 청주시 일원으로 넓혀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행사프로그램도 내실있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4월 나들이객이 늘어나는만큼 무심천, 성안길 등 야외로 찾아가는 공연도 고려해볼만하다.
한 예술가는 "시민관객이 없는 청주예술제는 의미가 없다. 예술가들을 위한 순수 예술제로 방향을 돌릴지, 시민들을 위한 시민축제로 갈 것인지 정체성을 정립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2011. 4. 25(월)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